사례
지영(가명)씨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를 온 열혈맘입니다. 남편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는 괜찮았기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며 엄청난 정보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지영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우리 딸은 똑똑하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 말은 자연스럽게 지영씨의 인생의 목표가 되었고, 지금은 자신의 아들 준호(가명)에게도 같은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준호가 태어났을 때부터 최고의 교육을 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했고, 준호는 어릴 때부터 똑똑했고, 지영씨의 계획을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준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엄마의 꼼꼼한 계획 속에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영어단어 외우고, 학교에서도 열심히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학원에 가 공부했습니다. 주말에도 체험학습, 바이올린 레슨 등 빈틈없이 채워진 일정을 소화해 냈습니다. 준호는 초등학교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지영씨는 그런 준호를 보며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서울대에 합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준호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잘 따르던 준호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에 틀어박혀 공부는 커녕 게임을 하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화가 난 지영씨는 휴대폰을 뺏어보기도 하고, 컴퓨터를 없애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잠만 자거나 엄마 몰래 밖에 나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좋은 말로 얼러도 보고, 혼도 내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대화를 시도해 봐도 오히려 말수는 없어지고, 표정은 어두워졌습니다. 점점 더 우울해지는 준호를 보고 지영씨는 불안에 싸이며 무기력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준호는 점점 더 우울해지고, 학교에서 성적도 떨어졌으며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듯했습니다. 이런 준호를 보며 지영씨는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준호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었고,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남편이 준호에게 대화를 시도해 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평소 남편과 준호의 관계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늘 바쁜 남편은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준호의 우울이 심해질수록 지영씨도 함께 우울해지며 저러다 '서울대에 못 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걱정으로 잠 못 이루며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 이럴 바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준호도 나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자 철렁하는 마음에 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상담사 의견
우선 지영씨는 아들 준호와 정신적, 심리적 분리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지영씨의 목표와 꿈을 이루는 것이 준호를 위한 길이고, 모두가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 탯줄을 잘라 독립적인 개체가 되는 것처럼 아이가 자아가 생기기 시작하면 엄마와의 정신의, 심리의 탯줄도 잘라 심리적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의 성공, 그것도 서울대에 합격하는 것이 엄마의 행복이 절대 아닌 것을 지영씨는 깨닫고 인정해야 합니다. 행복은 아이의 성적이나 성취가 아니라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고 준호가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특히 아들은 재미있는 것,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에 더 잘 몰입할 수 있고, 열정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이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전공을 찾을 수도 있고, 공부하는 과정 중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영씨는 준호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가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고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지영씨는 준호의 인생이 자신이 생각하는 목표가 아닌, 준호 자신의 목표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준호는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야 성적도 다시 좋아질 수 있고, 진짜 준호가 원하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열심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 중에 엄마도 아이도 함께 성장해 가면서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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