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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심리

자녀들에게 자신의 상처나 배우자의 험담을 하지 마세요.

by LeeMJ 2024.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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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씨(가명)는 2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부모님은 함께 꽤 든든한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엄마는 집착이 강한 편이고, 의지력은 약합니다. 아빠는 무뚝뚝하기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입니다. 평소에 고맙다, 미안하다 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 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두 분은 그리 사이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문제는 엄마가 아빠에게 상처를 받거나 서운한 일이 있을 때마다 수현씨에게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으며 위로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빠가 수현씨에게는 다정한 사람이었기에 상남자(?) 스타일인 아빠가 싫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거의 미친 사람처럼 분노를 했습니다. 아빠가 외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면서 수현씨가 보기에도 저러다가는 아빠가 오히려 이혼하자고 할 것 같았습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욕하고, 분노하고, 심지어 물건을 집어던지며 일종의 폭력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수현씨도 그 모습을 목격하곤 했습니다. 외도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고, 아빠가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실망하고, 엄마만큼은 아니었지만 수현씨도 상처를 받았기에 엄마를 수현씨가 돌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이해하고, 분노할 때 공감하고, 함께 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이 지속되었지만 엄마는 아빠와 이혼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또, 아빠가 옛날보다 밖에 있을 때 연락도 잘하고, 엄마께 잘해주는 것 같아서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좀 며칠 괜찮은 것 같다가 뜬금없이 아빠를 의심하고, 혹시 아빠가 약속이라도 있는 날이면 더 불안해하고, 전화라도 안 받으면 스무 번이고, 서른 번이고 연락을 해댑니다. 그러다 아빠가 짜증을 내면 서로 악담을 하며 싸움이 점점 심해집니다. 그럴 거면 그냥 이혼하시라고 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수현씨도 이제는 도망가고 싶습니다. 직장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독립을 하고 싶지만, 엄마가 걱정돼서 그러지도 못하겠고, 제대로 사과도 못하는 아빠도 이해하기 힘들고,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난 어쩌다 이렇게 사는지 수현씨도 점점 우울해졌습니다. 엄마가 괜찮은 날은 또 언제 뒤집어질지 불안하고, 또 두 분이 싸우는 날이면 싸우는 대로 불안하고, 정말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괴로워하다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모님의 관계에 대한 상처가 수현씨에게 전이되어 있는 점입니다. 아빠에 대한 실망감은 수현씨에게 상처인 것은 맞지만 그것은 수현씨와 아빠와의 관계에 대한 상처입니다. 하지만 현재 수현씨의 상처는 그것보다는 엄마의 상처가 수현씨에게 전이되었다는 것입니다.

 

가족
Image by  suessmoments  from  Pixabay

 

  부부문제는 부부가 해결해야 합니다. 상담을 받든, 대화를 하든, 부부문제는 두 사람의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의 억울한 마음을, 자신이 하는 이상행동(?)이 타당하다고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자녀에게 넋두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특히 딸은 부모의 상처가 고스란히 전이되어 자신의 상처에 덧입혀 더 큰 상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들들은 그 모든 스트레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엇나가거나 부모를 우습게(?) 생각하여 옳지 않은 행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자기들의 문제를 자녀들에게 하소연하거나 위로를 받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남편이, 아내가 잘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자녀에게 자신의 입장에서 배우자의 잘못이나 단점을 이야기하거나 욕하지 마십시오. 감정의 공감을 받으면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더욱더 공감을 넘어서 부정감정의 전이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기는커녕 자녀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부모에 대한 존중감을 잃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이 자신의 상처를 넋두리 하거나 위로받기를 원한다고 하면 부모님의 문제를 다 떠안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부정적인 감정의 전이는 끊임없이 올바른 마음을 성장시키는데 방해가 되어 마음의 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엄마가 또는 아빠가 힘드시겠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공감이지만 함께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면 감정의 전이가 일어난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 또는 사랑하는 사이는 감정의 전이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수현씨의 경우는 부모와의 물리적 분리와 심리적 분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0대 후반의 직장인이니 가능하다면 부모님의 집에서 나와 경제적 자립을 하기을 바랍니다. 또한 엄마나 아빠가 두 사람의 문제의 대한 이야기는 상대에 대한 탓이나 험담을 할 때에는 잘잘못을 떠나 두 분 문제는 두 분이 해결하시라고 선을 그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을 표현할 때에는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그런 후에 수현씨 본인의 상처나 심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심층 상담을 통해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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