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남자와 여자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정 감정을 차단하고, 재미와 즐거움이나 자신의 일에 몰입함으로써 부정 감정(상처)을 기억하지 말고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상적인 심리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자는 상처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알고, 이해하여 그것에 대해 위로를 받고, 공감을 받아야 상처를 서서히 극복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또는 가족과 영원히 이별하게 되는 사별의 상처는 조금 다릅니다.
사별상처 극복의 시작단계는 프로이트 때부터'애도 작업'을 통해 사별한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추억하면서
슬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그 '애도 작업'은 사별자들을 상담하는 데 있어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생각되어 왔고, 아직도 많은 상담에서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사별에 대해서 주로 연구를 하는 미국의 한 연구소의 학자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사별의 '애도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911 테러로 가족을 잃은 어느 한 어머니의 예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20대의 딸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를
그들은 가족을 떠나보내고 생각보다 너무도 빨리 -수 일 내에-
원래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 너무도 훌륭하게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오히려 '애도 작업'에 대한 거부감과 어려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사별한 가족들을 사랑하지 않았고, 잊기를 바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사별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옳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위의 예처럼 사별 초반에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잘 지내다가 시간이 꽤 지난 후에 '애도 작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반드시 그것이 순서가 있거나 대략적인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별로 인한 상처는 실체를 찾는다거나 인간의 머리나 마음으로 이해하려야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스트레스나 상처처럼 잊어버리거나 위로 받고 공감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사별초기에 또는 장례식장에서, 특히 어른들이 위로의 말은 한다는 명목하에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은 합니다. 이 말은 위로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옳은 말인 줄 알지만 이 말은 괜한 반항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말입니다. 슬픔과 아픔, 두려움 등의 감정들이 혼란스럽게 얽혀있기에 아는 것과 마음이 같을 수가 없습니다.
이 괴로움과 불안함이 과연 없어지기는 하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는 있을까?
이 상처는 치유되거나 극복할 수는 있는 것일까?
눈물이 마르는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정말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는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수도없이 일어납니다.하늘이 무너지고, 마음이 무너졌다는 말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어색하게 위로의 말을 찾기보다는 그냥 현실의 삶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현실의 생활에 다시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사별한 사람을 잊으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잊으라 해도 절대 잊지 못하지요. 기억 속에 추억으로든 그리움으로든 깃들어 있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평생 그럴 수박에 없습니다.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너무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가족 등)과의 사별은 언제든지 떠오르면 슬픔과 안타까움, 그리움의 감정이 생겨납니다. 꽤 시간이 지났어도 문득 슬픔이 밀려올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슬퍼하면 됩니다.
단, 이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러냐?' 이 말은 정말 위험한 말입니다. 사별의 상처로 인한 슬픔은 그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런 말은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고 서로의 관계도 망칠 수 있습니다.
슬퍼하면 함께 슬퍼하면서 토닥거려 주고그냥 그 마음을 공감해 주면 됩니다. 만일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다던가 산책이나 간단한 여행을 한다던가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던가 하면서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고를 터주면 됩니다. 그러면 힘든 상황에서 현실 생활로 다시 돌아가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슬퍼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그러므로 사별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를 찾을 수 있는 자신의 일에, 자신의 생활에 몰입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슬픔을, 아픔을 그리움으로 전환시키며 상처를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성장해 가면서 사별의 상처를 극복해 가는 것입니다.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연구하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조지 보나노의 책 '슬픔 뒤에 오는 것들'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그가 상담한, 딸과 사별한 한 부모가 딸의 죽음 이후 몇 년이 지난 뒤 사별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사별의 상처를 극복한다는 것은 다음의 글과 같은 것이라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마음에 그대로 옮겨 봅니다.
희미해져 가는 빛과 같아요.
흐려지지만 절대 꺼지지 않아요.
절대로 완전히 꺼지지는 않죠.
그 사실이 내게는 대단한 위로가 되지요.
언젠가 그 빛이 사라져 버릴까 봐
내가 클레어를 잊게 되고
그리고 정말 그 애를 잃어버리게 될까 봐 늘 걱정이 돼요.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알아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작은 불빛이 늘 거기에 있으니까요.
불이 사그라든 뒤에 남은 반짝이는 작은 불씨와도 같아요.
나는 늘 그 작은 불씨를 지니고 다니다가
생각이 날 때면
클레어가 곁에 있었으면 할 때면
아주 부드럽게 입김을 불어요.
그러면 다시 환하게 타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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